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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스피는 6월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7월에 하루 만에 10% 넘게 폭락했습니다. 저도 그날 증권 앱을 세 번이나 껐다 켰습니다. 직접 경험해보니 알겠더라고요. 하락장에서 진짜 싸움은 종목 선택이 아니라 내 계좌가 버틸 수 있는 구조인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시장 흔들림, 올해 코스피는 어디까지 흔들렸나
6월 19일 코스피는 장중 9,38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뒤인 7월 28일, 하루에만 10.84% 빠지며 6,023으로 마감했습니다. 고점 대비 약 36% 하락이었습니다. 10월에는 6,400선마저 무너졌고, 10월 13일에는 다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습니다.
매도 사이드카란 코스피200 선물이 5%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때 프로그램 매도 주문을 5분간 강제로 중단시키는 장치입니다. 쉽게 말해 폭락 속도가 너무 빠를 때 잠깐 브레이크를 거는 안전장치인데, 이게 1년에 수십 번씩 울린다는 건 시장이 그만큼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큰 하락 뒤에는 반드시 빠른 회복이 따른다고 알려져 있지만, 역사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2020년 코로나 때 미국 S&P500은 약 -34% 빠진 뒤 5개월 만에 고점을 회복했습니다. 반면 2000년 닷컴버블 당시 나스닥은 약 -78% 폭락했고, 고점을 회복하는 데 무려 15년이 걸렸습니다. 어떤 하락장을 만나느냐에 따라 결말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이 매수 기회"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한 박자 멈추게 됩니다. 기회가 되려면 버틸 수 있는 구조가 먼저 갖춰져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버티기 원칙, 하락장에서 지켜야 할 것들
하락장이 오면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신용거래나 주식담보대출 같은 레버리지입니다. 레버리지란 내 돈보다 더 큰 금액을 빌려 투자하는 방식인데, 담보비율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팔아버리는 반대매매가 발생합니다. 반대매매는 내가 원하지 않는 시점, 즉 가장 낮은 가격에서 손실을 확정 짓는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레버리지 ETF 역시 하락장에서는 손실이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건 생활비와 투자금을 완전히 분리하는 겁니다. 저도 초기에는 "어차피 쓸 돈도 아닌데"라고 생각하며 경계를 느슨하게 뒀다가, 하락장에서 원치 않는 매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는 생활비 3~6개월치를 파킹통장에 따로 묶어두는 습관을 들였고, 그게 심리적으로도 훨씬 안정됐습니다.
매수를 고민하고 있다면 분할 매수 전략이 유효합니다. 분할 매수란 한 번에 전액을 사지 않고 3~5회로 나눠 일정 간격 또는 일정 하락폭마다 사들이는 방식입니다. "지금이 바닥"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고, 저도 그런 확신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나눠 사면 틀려도 피해가 줄고, 심리적 부담도 훨씬 작아집니다.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고 있다면 리밸런싱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리밸런싱이란 주식과 채권·현금의 목표 비중이 시장 변동으로 흐트러졌을 때 원래 비율로 되돌리는 작업입니다. 주가가 빠지면 주식 비중이 줄어드는데, 이를 원래대로 맞추는 과정이 곧 '싸게 사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감정이 아닌 규칙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심리적 흔들림도 적습니다(출처: 금융감독원 e-금융교육센터).
마지막으로, 해외주식을 보유 중이라면 손실을 절세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는 같은 해의 이익과 손실을 합산해 계산하기 때문에, 손실 중인 종목을 연말 전에 정리하면 수익이 난 종목의 세금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미국 주식은 결제일 기준이므로, 증권사가 안내하는 연내 매도 마감일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레버리지(신용거래·주식담보대출) 먼저 점검하고 줄이기
- 생활비 3~6개월치는 파킹통장에 따로 분리
- 매수는 분할 매수로 나눠서, 적립식은 멈추지 않기
- 리밸런싱으로 목표 비중 유지 — 감정 아닌 규칙으로 움직이기
- 해외주식 손실 종목은 연말 전 양도세 절세에 활용
실전 적용, 제가 실제로 써본 규칙 하나
7월 폭락 당일, 저는 해외주식 위주로 투자하고 있어서 직접적인 타격이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빨갛게 물든 화면을 보니 손이 자꾸 매도 버튼 쪽으로 갔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나는 장기투자자니까 괜찮다"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상황이 오니 그 확신이 얼마나 얇은 종이였는지 알게 됐습니다.
다행히 팔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과거에 개별 종목을 공포에 팔았다가 며칠 뒤 반등하는 걸 지켜봤던 경험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의 쓴맛이 이번엔 방패가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뒤로 딱 하나의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급락한 날은 아무것도 사지도 팔지도 않는다. 다음 날 장이 끝난 뒤에 다시 본다." 이 규칙 하나만으로 감정적인 매매가 확 줄었습니다.
JP모건자산운용 분석에 따르면, 장기 투자 기간 중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날 상당수가 최악의 하락일 바로 근처에 몰려 있었습니다(출처: JP Morgan Asset Management). 공포에 팔고 나가면 그 반등의 첫날을 그냥 놓치게 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수치로 보는 것보다 훨씬 뼈아픈 일입니다.
또 하나, 하락장이 길어질수록 매달 자동으로 들어가는 ETF 적립식이 오히려 고마워졌습니다. 제가 고민하고 판단할 것 없이 시스템이 알아서 싸게 사주고 있었으니까요. 적립식 ETF 투자란 매월 일정 금액을 자동으로 ETF에 납입하는 방식으로,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 즉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시장이 흔들릴수록 이 구조의 진가를 실감하게 됩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구분해야 합니다. '결국 회복된다'는 말은 분산된 지수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개별 종목이나 특정 테마는 영영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락장에서 물타기, 즉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기 위해 추가로 매수하는 행위를 한다면 그 대상이 지수인지 개별 종목인지를 먼저 따져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하락장에서 지금 당장 주식을 팔아야 할까요?
A. 일반적으로 하락장에선 손절이 답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공포에 매도한 뒤 며칠 만에 반등을 지켜보는 상황이 훨씬 더 고통스럽습니다. 빚이 있거나 곧 써야 할 돈이 들어가 있는 경우라면 정리가 맞지만, 그렇지 않다면 급락 당일의 매도 판단은 최대한 미루는 편이 낫습니다.
Q.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면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매도 사이드카는 코스피200 선물이 5% 이상 빠진 상태가 1분 이상 이어질 때 프로그램 매도를 5분간 멈추는 장치입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5분이 숨을 고를 기회입니다. 저는 이런 날일수록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고 다음 날 장 마감 후 다시 확인하는 규칙을 지킵니다.
Q. 하락장에서 적립식 ETF를 계속 넣어도 되나요?
A. 적립식 ETF는 하락장일수록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격이 낮을 때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은 수량을 사게 되는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 즉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효과가 자동으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흔들릴 때 멈추면 정작 싸게 살 수 있는 구간을 놓치게 됩니다.
Q. 리밸런싱은 얼마나 자주 해야 하나요?
A. 정해진 정답은 없지만, 목표 비중에서 5~10% 이상 벗어났을 때 혹은 분기에 한 번 점검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리밸런싱은 시장을 예측하는 게 아니라 미리 정한 규칙대로 비중을 되돌리는 작업이기 때문에, 너무 자주 하면 오히려 거래 비용이 늘어납니다.
결론
하락장만 오면 "지금이 매수 기회"라는 말이 쏟아집니다. 저도 그 말을 반만 맞다고 생각합니다. 매수 기회가 되려면 버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빚이 있거나, 곧 써야 할 돈이 계좌에 들어가 있거나,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라면 하락장은 기회가 아니라 위기입니다.
수익률 경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시장에서 살아남는 게 먼저입니다. 지금 당장 종목을 고르기 전에, 내 계좌가 이 흔들림을 버틸 수 있는 구조인지 먼저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금융감독원 e-금융교육센터